세계는 제조업 전쟁…누구를 데리고 싸울 것인가 [긱스]

입력 2022-10-28 14:27   수정 2022-10-31 14:08

이 기사는 프리미엄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한경 긱스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고산 에이팀벤처스 대표는 제조업 매칭플랫폼 카파(CAPA)를 운영하면서 한국 제조업의 눈앞에 닥친 문제를 확인했다고 합니다. 바로 노동력 부족입니다. 플랫폼과 전통 산업은 종종 서로 충돌하는 모습도 보이지만, 결국은 함께 당면한 문제를 풀어가야 하는 관계라고 고 대표는 말합니다. 그가 한경 긱스(Geeks)에 제조업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공유해왔습니다. <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필자는 카파(CAPA)라는 제조업체 매칭플랫폼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제품을 외주로 만들고자 하는 고객이 자신에게 맞는 제조업체를 만날 수 있도록 연결해주는 플랫폼 서비스다.

이번 기고의 주제인 외국인 근로자 정책 문제는 스타트업의 최신 이슈와 트렌드를 다루는 한경 긱스(Geeks)에서 다루기엔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외국인 근로자 이슈는 현재 CAPA 플랫폼에서 활동 중인 파트너(제조업체)들이 당면한 심각한 문제로, 이들이 입점해있는 CAPA가 함께 풀어가야 할 중요한 사안이기도 하다. ‘타다’ 등의 사례에서처럼 전통 산업과 플랫폼은 종종 이해관계가 충돌하곤 하지만, 때로는 기존 산업과 플랫폼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규제 개혁 등을 위해 싸워나가야 한다.

전북 군산에 위치한 전문대학인 군장대학교는 지난 7월 현대삼호중공업과 ‘조선산업 외국인 기술인력 양성 및 수급에 관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내년부터 이 학교에 개설될 인공지능융합 계열에서 조선(造船) 용접 및 조선 도장을 전공한 외국인 유학생이 교과 과정을 성실하게 마치면 졸업 후 현대삼호중공업의 기량 점검을 거쳐 이 회사의 협력사에 취업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무엇보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협력사에 취업하는 유학생은 외국인 전문 인력에게 주어지는 ‘E-7’ 비자를 취득할 수 있다. E-7 비자는 연장이 쉽고 영주권 취득까지 가능해 외국인 근로자들 사이에서 ‘꿈의 비자’로 통한다. 이미 시범 운영을 통해 올해에도 용접 등을 전공한 이 학교 외국인 졸업생 7~8명이 취업에 성공했다고 한다.

군장대는 이미 외국인 전용 전공인 스마트자동차기계학 계열 신소재가공 전공을 통해 뿌리산업인 용접 및 열처리 분야 전문가 인력을 양성해 왔다. 해당 전공을 이수한 외국인 졸업생은 졸업 시 한국생산기술연구원에서 주관하는 대학 자체 기량 검증을 통과하면 뿌리산업 인증을 받은 기업에 E-7 비자를 받고 취업할 수 있다. 이계철 군장대 총장은 통화에서 “외국인 전용학과를 통해 국내 기업에 취업한 유학생 중에는 이미 우리나라 영주권을 취득한 학생들도 있다”고 말했다.

현재 군장대를 비롯해 6개 대학에서 제조업 취업과 연계해 매년 약 300명의 외국인 졸업생을 배출하고 있다. 갈수록 국내 제조업 분야에서 일할 노동력이 부족해지는 상황에서 국내 대학과 대기업이 협력해 양질의 외국인 근로자를 사회로 내보내고 있는 것이다.
제조업 평균연령 43세, 2026년엔 일본 추월할 듯
국내 제조업체들이 일감이 있어도 정작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해 전정긍긍하고 있다는 사실은 더이상 뉴스가 아니다. 지난해 한국경제연구원이 ‘제조업 근로자의 고령화 추이’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국내 50대 이상 제조업 근로자의 비중은 지난 2010년 15.7%에서 지난 2020년엔 30.1%로 무려 2배 가까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동안 15~29세 비중은 21.6%에서 15.2%로, 30대 비중은 35.1%에서 27.8%로 각각 6~7%P 가량 줄었다.

특히 우리나라 제조업 근로자의 평균 연령은 지난 2011년 39.2세에서 2020년엔 42.5세를 기록했다. 이와 같은 추세가 지속되면 우리나라 제조업 근로자의 평균 연령은 오는 2026년쯤엔 우리보다 고령화가 빨리 진행된 일본을 추월할 것으로 전망된다.

장기적으로 제조업 노동력 부족은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0.81명으로, 세계 최하위권이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절반 수준이다. 가뜩이나 갈수록 줄어드는 젊은층이 나이 많은 근로자들이 모여있는 제조업에 관심을 보이기를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렇다고 여타 선진국에 비해 제조업 비중이 큰 우리나라에서 제조업을 후순위로 미뤄둘 순 없다. 부족한 제조업 노동력을 어디서든 빠르게 충원해야 한다.
정부, 외국인 근로자 1만명 확보에도 현장에선 ‘10만명 부족’
정부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부는 지난 8월말 조선업과 중소 제조업에서의 구인난이 좀처럼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고용허가제를 통해 신규 외국인 근로자 1만명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제조업의 외국 인력 신규 쿼터를 6000명 이상 확대하고 조선업의 경우 사업장에서 신청한 외국 인력이 모두 우선 배정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행정 절차가 늦어지면서 현장에서는 필요한 인력이 제때 수급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현장에서는 이 정도 공급으로는 ‘어림 없다’는 반응이다. 중소기업중앙회 등에 따르면 당장 내년에만 10만명 정도의 외국인 근로자가 부족할 것으로 전망된다.
해외 인력충원, E-9 비자만으론 한계
필자가 대표로 있는 에이팀벤처스는 뿌리산업을 비롯한 중소 제조업체들과 제조 고객을 연결해주는 카파(CAPA)라는 제조업체 매칭플랫폼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CAPA에서 활동하는 파트너 제조업체들 역시 신규 인력 채용의 어려움을 호소한다. 또한 지금 중소 제조업체의 허리 역할을 하는 40~50대마저 퇴진하면 그동안 어렵게 축적해온 제조 기술이 사장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선배들이 축적한 경험과 노하우를 전수 받는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눈앞의 현실은 국적을 따질 만큼 한가하지 않다. 이를 위한 가장 현실적인 대안은 외국인 근로자를 늘리는 것이다.

문제는 현재 국내 제조업체에 취업하는 외국인 근로자 대다수가 언젠가 돌아가야 할 E-9 비자를 통해 국내에 들어온다는 점이다. 정부의 외국인 인력 확대 정책도 E-9 비자를 늘리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는 듯하다.

E-9 비자로 취업할 경우 이들이 아무리 국내에서 더 일하고 싶다 해도 기본 3년에 한 차례 연장을 통해 4년 10개월이 지나면 본국으로 돌아가야 한다. 이제 좀 일이 손에 익을 만하면 나가서 또다시 새로운 사람을 뽑아야 하는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도 매번 비숙련공을 데려다 돌려막기를 하는 식이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정부는 100인 미만 제조업 사업장 등에 대해선 재입국 특례를 적용해 3개월 후 입국해 직전에 근무했던 사업장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재입국 특례를 통해 국내에 들어오면 최장 4년10개월간 더 머물 수 있다. 하지만 이 또한 기한이 정해져 있는 데다, 제한적인 인원에만 적용되기 때문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대학과 기업이 맞춤형 외국인 인재 양성하면 ‘일석삼조’
기업 입장에서도 오랫동안 근무하면서 숙련공으로 성장할 안정적인 인력을 확보하기를 원한다. 그러기 위해선 제조업 분야의 외국인 근로자들이 E-7 비자를 취득할 기회를 늘려줄 필요가 있다. 이러한 방향이 외국인 전문인력 고용이라는 E-7 비자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면 교육을 통해 전문성을 키워주면 된다. 이들에게 필요한 교육과 취업을 연계하는 것이다.

앞서 소개한 군장대 사례는 이러한 현실에서 이상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문 지식이 부족한 외국인 유학생은 대학에서 2년간 전문 교육을 받음으로써 현장에서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습득할 수 있고, 대학 입장에서는 갈수록 어려워지는 신입생 유치를 외국인 유학생으로 충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 입장에서도 현대삼호중공업 사례처럼 채용을 담당할 기업이 대학과 함께 교육 과정을 설계하면 기업이 원하는 맞춤형 인재를 확보할 수 있다. ‘일석이조’를 넘어 ‘일석삼조’인 셈이다.
세계는 제조업 전쟁, 양질의 노동력 확보로 정예 군사력 갖춰야
현재 전세계는 미국을 필두로 각 나라가 자국 제조업 살리기에 발벗고 나서면서 그야말로 제조업 전쟁이 막을 올렸다.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은 고용 창출 효과가 큰 제조업 공장 유치를 자신의 치적으로 내세우며 중간 선거에 대비하고 있다. 그동안 자국 내에 R&D 센터만 유지했던 미국의 반도체회사 마이크론이 최근 미국 정부의 지원을 받아 뉴욕에 1000억달러 규모의 반도체 공장을 짓겠다고 밝히자 바이든 대통령은 “뉴욕주 북부에 수만 개의 고임금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이와 같은 전쟁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기와 군사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제조업을 둘러싼 전쟁에서 양질의 노동력을 확보하는 것은 정예 군사력을 확보하는 것과 같다. 하지만 우리는 당장 전쟁에 필요한 군사의 머릿수조차 채우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제조업뿐만 아니라 국내로 유학을 온 다수의 외국인 유학생들은 국내에서 석박사를 따더라도 취업 비자를 발급받지 못해 본국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학금까지 주어가며 어렵게 교육시킨 고급 인재들을 정작 이들을 가르친 우리나라에선 활용하지 못하는 것이다. 미국에서 공부한 인재들이 실리콘밸리 등에 유입돼 미국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일조하는 것과 대비되는 상황이다.

이처럼 해외 인재의 교육과 취업이 따로 노는 상황이 혹시라도 행정적인 이유 때문은 아니기를 바란다. 즉, 비자 발급 업무가 법무부 관할이다 보니 정해진 법의 테두리 안에서만 사안을 들여다보느라 인구절벽, 국내 제조업 경쟁력, 교육과 같은 더 큰 그림을 보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우리나라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가운데 독일, 일본과 함께 3대 제조업 강국으로 꼽힌다. 특히 우리나라 국내총생산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27%로, 이들 국가 중에서도 가장 높다. 독일과 일본이 원천기술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데 비해 우리는 생산과 제조 기술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전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국내 제조업이 미국이 촉발한 제조업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당장 필요한 인력 확보 문제부터 혁신적인 방식으로 풀어나가야 할 것이다. 외국인 근로자에 대해 전향적인 정책 변화가 이뤄지길 기대한다.
<hr >

■ 고산 에이팀벤처스 대표(Founder & CEO)

△한국 최초 우주인 후보
△서울대학교 수학과 학사 졸업
△서울대학교 인지과학 석사 졸업
△하버드 케네디 스쿨 공공 정책 석사(자퇴)
△삼성종합기술원 연구원·한국항공우주연구원 근무
△타이드인스티튜트 대표 역임
△前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제2분과 인수위원
△現 에이팀벤처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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